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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충청·세종

봄을 걷다 (부여 부소산성)






걷기 위해서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걷기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 봄, 걷기의 목적을 위해 부소산성의 풍경을 빌려보기로 한다.

차분한 걸음으로 숲길을 걷다보면 서서히 그러면서도 충분히 차분하게 풍경에 젖어들게 된다.

점점 몸이 유연해지는 것을 느끼며 살짝 배인 땀을 숲길 사이 시원한 바람이 말려준다.


숲의 모양은 매번 다르다.

이 봄

이 연한 초록 빛이 품어내는 짙은 녹음을 향한 노력들과,

한번도 같은 적이 없는 숲속 새들의 지저귐,

길가의 잡초마져도 이 봄의 싱그러움을 더하는 곳


곧게 포장된 길에서 벗어나 아름드리 나무사이 오솔길로 접어든다.

먼저 찾은 이들의 흔적으로 이 길도 살아있는 오솔길이 되었다.

  

내 마음대로 가던길을 멈추어 높다란 나무둥치를 쳐다보기도 하고,

길가 소담스럽게 핀 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 보다가

불쑥 풀 숲에서 꿩 한마리가 푸드덕 거리며 나무사이로 자기 몸을 숨기는 통에

그 녀석을 찾느라 한참을 숲속을 응시하기도 한다.

나 있는 길을 전부 걸을 필요도 없다.  걸을 만큼만 걸으면 족하다.


 

평범한 하루를 근사하게, 길게 늘여 쓰기 위해* 난 숲길에서 봄을 걷는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 中, 다비드 르 브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