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꽃망울이 아직 터지기 전 강진 시인의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강진의 하룻길에 옛시인의 집 한번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찾은 곳 영랑생가다.
주차장앞 팬촉을 형상화한 강진 하룻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소도시의 골목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생가가 나온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생가터가 주변 주택가와 크게 이질감 없이 자리하고 있다.
생가터로 가는 길가 담장에는 담쟁이 넝쿨이 그 길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어 준다.
주변 주택가 가운데 위치하면서도 여타 부산한 관광지의 모습은 아니라 더 정감이 간다.
해질무렵이면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듯 아궁이 굴둑에 모락모락 연기라도 피어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 곳이다.
영랑시인의 싯귀를 새긴 시비가 생가터의 군데군데 자리하여 찾는 이가 잠시 서서 읇조려 보기도 한다.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우에"
생가터 옆으로 시문학파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시문학파는 1930년대 창간된 시 전문지 「시문학」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주도했던 시인들을 말한다고 한다.
영랑 김윤식, 용아 박용철, 정지용, 위당 정인보, 연포 이하윤, 수주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이 함께 참여했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면 하이얀 벽면을 따라 자작나무로 멋을 낸 전시실로 들어서게 되는데
전시실에는 9명 시문학파 시인들의 육필 원고와 유물, 저서 등이 전시되고 있다.
기념관을 나와 생가터를 뒤돌아 모란공원으로 오른다.
아직 모란이 피기전이라 황량함이 있지만 이네 곧 봄이 오면 연두빛 머금은 어린 잎들이 봄 지천을 알리게 될 것이다.
공원에는 영랑시인의 동상이 오는 이들을 반긴다.
공원 위 전망대에 오르면 강진읍내와 멀리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 한쪽으로 사계절모란원이 있는데 유리온실로 하우스안에는 세계 각종 모란들과 식물들이 피어 있어 잠시 들려봄직 하다.
근처 강진읍내에 위치한 사의재에 잠시 들려본다.
사의재는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온 후 다산초당으로 옮기기 전 잠시 머물었던 주막인데
네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으로 유배온 후 허한 마음을 새롭게 다잡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곳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듯 주변에 공사가 한창이다.
"생각을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를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을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을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돌아가는 길 강진만의 가우도에 잠시 멈추어 섬을 연결한 저두출렁다리를 건너본다.
가우도로 들어가는 길은 저두쪽출렁다리와 망호쪽출렁다리를 통하는 두군데다.
산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가우도 전체는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가우도에서 조금 더 차를 몰라 내려가다 우측으로 고바우전망대가 나온다.
멋진 일몰을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어느새 서쪽 산너머로 구름이 해를 가려 버린다.
전망대끝으로 나가니 하트조형물이 있고 전망대 데크아래에는 카페가 있는 듯 한데 들어가지는 않는다.
일몰 무렵에 부는 바람이 차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곳에서 집까지는 차로도 한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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