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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쉼, 思惟

묵소거사자찬(黙笑居士自讚)

                                                                                                                                                추사 김정희가 쓴 [묵소거사자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니 ‘때에 맞게 함[時]’에 가깝고, 웃어야 할 때 웃으니 ‘딱 들어맞게 함[中]’에 가깝다. 그렇게 하면 옳고 그름을 따져 판단하는 즈음과 변화하는 세상에서 처신하는 즈음에, 움직여도 천리(天理)에 어긋나지 않으며, 가만히 있어도 인정(人情)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니 침묵하거나 웃는 뜻이 아주 큰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뜻을 전할 수 있으니, 침묵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웃어도 될 만한 때에 웃으니, 웃는다고 해서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 힘쓸지어다. 나 자신을 돌아보건대, 이렇게 하면 이 세상에서 화를 면할 수 있음을 알겠도다.

當黙而黙,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 周旋可否之間, 屈伸消長之際.

動而不悖於天理, 靜而不拂乎人情. 黙笑之義, 大矣哉. 不言而喩,

何傷乎黙. 得中而發, 何患乎笑. 勉之哉. 吾惟自況, 而知其免夫矣.
 
- 김유근(金逌根, 1785~1840), 「묵소거사자찬(黙笑居士自讚)」, 『황산유고(黃山遺稿)』

 

 

말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때, 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말을 하는 ‘어(語)’와 말을 하지 않는 ‘묵(黙)’이 그것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그러나 반드시 말을 통해서만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말없이 웃는 것만으로도, 수백 마디의 말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가 있다.

 

그러니 말을 하는 것만이 말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또한 말인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E-mail로 구독(13년 7월 1일자 고전산문)중인 고전산책 중에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있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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